KAIST는 27일 내부 인사 공지를 통해 지난달 말 박 교수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KAIST 교수직을 박차고 떠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너무 바쁘다”는 것.
박 전 교수는 사표를 내기 전 동료 교수들에게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강의를 병행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연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빌 게이츠’라고도 불리는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벤처기업인 ㈜티맥스소프트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올해로 창업 10돌을 맞은 티맥스소프트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응용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자로 2005년 IBM 등을 제치고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1300억 원.
그러나 이런 성취를 이루기까지 박 전 교수의 인생 역정은 거칠었다.
3남 2녀의 장남인 그는 집안이 어려워 1975년 2월 광주상고 야간과정을 졸업한 뒤 은행에 입사해 동생들을 보살폈다. 소프트웨어와의 인연은 은행 전산실에서 일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1988년 동생들 뒷바라지가 끝나자 “컴퓨터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며 서른두 살의 나이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로 유학을 떠나 8년 만에 학부와 석박사 학위를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잠시 외국어대에서 강의를 맡았던 그는 5명의 직원으로 1997년 티맥스소프트를 창업했고 이어 이듬해인 1998년 2월에는 KAIST 교수로 임용됐다.
강단을 떠났지만 후학 양성이라는 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그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와 같은 우수한 공과대를 우리나라에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며 “내년에 회사를 나스닥에 등록해 자금이 모아지면 꿈의 실현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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