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드밀라 씨와 친분이 깊었던 모스크바 고려인협회보 편집국장 천 발렌틴 씨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당뇨병 치료를 받아온 류드밀라 씨가 4일 알마티 동생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으며 6일 장례식을 마쳤다"고 전했다.
고려인 3세로 알마티에서 태어난 남씨는 1977년부터 1997년까지 옛 소련 최고의 극단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주역급 메조소프라노로 활약했다. 풍부한 성량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987년 '러시아공훈배우', 2003년에는 '러시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내 고려인 및 한국 교민 생활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1990년 9월 동아일보가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아리랑 순회공연에 참석한 일도 있다.
남씨의 집안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연해주 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했다. 두만강 북쪽 러시아 하산 인근에서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가 같은 해 '일제의 앞잡이'라는 밀고 때문에 총살을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남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리랑 공연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봄이 오면 병상에서 일어나 한국 기자들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의사인 남편과 변호사인 아들이 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