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5년 소설 ‘위대한 개츠비’ 출간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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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4월 10일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뉴욕에서 출간됐다.

그가 생전에 발표한 장편은 미완성작 ‘마지막 거물’을 포함해 다섯 편뿐이었지만(그는 숱한 단편을 썼지만 대부분 상업적인 내용이었다), 피츠제럴드는 20세기 대표 작가로 꼽힌다. 이는 ‘위대한 개츠비’ 한 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심가인 개츠비는 상류층 여성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지만, 개츠비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유럽전선에 나가 있는 사이에 데이지는 부호와 결혼해 버린다. 돌아온 개츠비는 술 밀수로 돈을 왕창 벌고는, 데이지가 사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호화 저택을 만든다. 데이지의 사랑을 다시 얻고자 고군분투하는 개츠비. 그러나 상류사회의 이기주의에 희생되는 것은 낭만주의자 개츠비다.

자연 풍경에 대한 시적인 묘사나 예리하고 절묘한 심리 묘사 같은 뛰어난 문체의 힘도 있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함은 ‘아메리칸 드림’이 사상누각이 될 수 있음을 대단히 신랄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온갖 노력 끝에 거부가 된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꿈의 완결편인 데이지를 차지하겠다는 개츠비는 무지막지한 데가 있으면서도 순수하지만, 정작 데이지는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지 못해 남편의 불륜을 눈감아버리는 천박한 부르주아다. 소설에서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고급 승용차와 그가 여는 흥청망청 파티와,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개츠비의 순정은 부자연스럽다.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아메리칸 드림의 낭만적 환상이 조화할 수 없음을 작가는 신랄하게 꼬집는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위대한 개츠비’도 작가의 경험이 진하게 녹아 있다. 부친이 사업에 실패해 가난에 시달렸던 피츠제럴드는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연인 젤더에게 퇴짜 맞는다. 소설이 인기를 끌어 경제적 여유를 얻게 되면서 그는 젤더와 결혼할 수 있었다. 평생 부와 명예를 추구하면서도 낭만과 순정을 버릴 수 없었던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와 무척 닮았다.

피츠제럴드는 44년이라는 짧은 생애 끝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생명은 길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만 해마다 30만 권 이상 팔린다. 새천년을 앞두고 뉴욕 랜덤하우스 출판사는 20세기 영어로 쓰인 위대한 소설 100권을 선정했는데, 1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2위가 ‘위대한 개츠비’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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