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한 토스트는 더 먹을 수 없겠지요. 15년간 지켜 오신 리어카 자리엔 은행나무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학생들과 각별한 우정을 나눠 온 ‘토스트 할머니’ 조화실(77·사진) 씨가 암으로 세상을 뜨자 성균관대생 사이에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조 씨가 성균관대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1992년 10월 말. 조 씨는 성균관대 인근 지하방에 혼자 살면서 뇌종양 환자인 딸(37)과 백혈병에 걸린 손녀(11)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휴일도 없이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토스트를 만들었다.
조 씨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보통 토스트의 두 배만 한 두툼한 토스트를 공짜로 나눠 주고 학생들에게는 “손자 손녀 같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조 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조 씨에게 전달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학교 안에서 토스트를 함께 팔고 헌혈증을 기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학생들은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장사 도중 쓰러진 조 씨가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
조 씨는 결국 11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끝이 아니다. 조 씨는 지난해 9월 가톨릭의대에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종이컵에 넘치도록 가득 담아 주시던 달달하고 따뜻했던 토스트…. 할머니 가시는 마지막 길이 편안하셨기를’ ‘할머니, 더는 힘든 일도, 그리고 편찮으신 곳도 없으시길 빕니다’…. 성균관대 인터넷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는 학생들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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