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적인 영상과 스토리로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18세기경 프랑스 파리의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한 남성이 타고난 후각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을 매혹시키는 향수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그는 ‘여인의 향기’야말로 지상 최고의 향수라고 느끼고 그 체취를 담기 위해 13명의 여인을 차례로 죽인다. 사람들은 살인자인 그가 만든 향수에 열광해 한번 냄새를 맡으면 모두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처럼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적어도 ‘샤넬 No 5’로 세계를 석권한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가브리엘 보네르 샤넬(애칭 코코 샤넬)에겐 “가능하다”라는 대답이 나올 만하다.
열두 살 때 수도원에 고아로 버려진 뒤 스무 살에 밤무대 가수로, 다시 20세기 최고의 문화예술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샤넬은 완벽과 최고만을 추구한 ‘패션의 혁명가’였다.
샤넬 No 5는 그가 조향사인 에르네스트 보에게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라”는 지시를 내려 탄생한 작품이다.
장미 재스민 등 80여 가지의 꽃향기와 인공물질인 알데히드가 조화된 최초의 인공 향수로 휘발성 합성물질인 알데히드는 꽃향기가 은은하게 잘 퍼져 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샤넬 No 5라는 이름은 에르네스트 보가 제시한 5가지 향 가운데 마지막 5번째 것을 선택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첫 대량 판매가 시작된 것은 1924년. 발매일은 No 5라는 이름이 연상되는 5월 5일로 잡았다. 금세 향이 날아가 버리는 다른 향수와 달리 샤넬 No 5는 오묘한 향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 단숨에 많은 여성을 매혹시켰다.
미국의 ‘섹스 심벌’ 메릴린 먼로가 “밤에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샤넬 No 5”라고 답한 것은 이 향수의 명성을 드높인 유명한 이야기다.
83년이 지난 지금도 샤넬 No 5는 30초에 한 병꼴로 팔린다고 하니 코코 샤넬이야말로 향기로 세상을 지배한 여자임이 틀림없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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