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5월 14일 오후 텔아비브 미술관에서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다. 랍비의 축도와 독립선언문 서명, 국가 제창이 이어지는 동안 미술관은 환호와 눈물로 얼룩졌다.
밖에선 멀리 폭음이 요란했다. 건국을 축하하는 폭죽이나 예포 소리가 아니었다. 전쟁을 알리는 대포 소리였다. 이날 아침 이 지역을 위임통치해 온 영국군의 철수 직후 아랍인과 유대인의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요란한 대포 소리도 유대인의 들뜬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 특히 건국 선포 11분 뒤 미국이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텔아비브 시내는 유대인들로 넘쳤다. 떠들썩한 축하 행사는 등화관제로 인한 어둠 속에서도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이스라엘의 탄생은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에서 발흥한 시오니즘 운동이 수십 년 만에 이룬 결실이었다. 그런 한편으론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유혈 분쟁, 나아가 중동 전역의 불안과 비극을 낳은 불씨이기도 했다.
구약성서에 하나님이 유대인에게 준 땅으로 거론된 팔레스타인 지역. 유럽 전역을 떠돌며 핍박받은 유대인들은 이곳에 모여 들기 시작했고 고대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정착촌을 세우며 그곳에 거주하던 아랍인을 몰아내는 전쟁에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은 시오니즘 운동의 결정적 계기였다. 참혹한 홀로코스트 만행은 유대인 국가 건설에 동감하는 여론을 확산시켰고 연합국 진영은 이를 적극 지지했다.
주인 없는 땅으로 인식된 팔레스타인. 하지만 2000년 전의 소유권을 내세우는 유대인과 지난 2000년 동안 살아온 아랍인, 이들 중에 누가 과연 진정한 땅 주인일까.
“유럽 국가들은 유대인을 탄압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지만 유대인을 억압한 것은 그들인데 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가를 치러야 하느냐. 2차 대전 중 유대인 학살에 책임을 느낀다면 이스라엘인을 그들 땅으로 이주시켜 살도록 해야 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이스라엘 유럽 이전’ 주장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할 소리냐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막무가내 발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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