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관 현관 앞. 15일 작고한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의 고별식을 지켜보던 푸른 눈의 노신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국 해병대 예비역 대령인 워런 위드한(74) 씨와 고인의 인연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드한 씨는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한 지 3개월 만에 미 제1해병여단 제5해병연대 소속 일병으로 참전했다.
제1해병여단은 북한군의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 급파된 미군 선봉부대였다. 미 해병대원들은 부산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낙동강 전선(戰線)에 투입됐다.
위드한 씨는 “경남 진동리에 도착하자 당시 한국 해병대 중령이던 고인이 ‘와 줘서 고맙다’고 소리치며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위드한 씨는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전투 등 많은 전투에 참전했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흥남철수작전 과정에서 적의 박격포탄에 부상해 본국으로 이송됐다.
이후 해병대 장교가 된 위드한 씨는 1970년대 중반 참전용사단으로 방한했다 고인과 재회의 감격을 나눈 뒤 ‘진동리전투 모임’을 만들어 최근까지 돈독한 우애를 다져 왔다.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다른 참전용사들과 함께 15일 방한한 위드한 씨는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며칠 전 e메일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고인은 강력한 리더십과 헌신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었다”며 “그의 애국심과 열정은 모든 참전용사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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