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노병 40여 명이 제52회 현충일을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장교 묘역을 찾았다. 당시 희생된 동료 조종사 임택순 대위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다.
임 대위는 1953년 3월 고성지구 351고지 전투에서 F-51 머스탱 전투기를 몰고 지원 작전을 벌이다 적의 대공포에 피격돼 산화했다. 공사 출신 중 첫 전사자였다.
351고지는 휴전을 앞두고 남북이 한 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격전을 벌인 곳이다. 북한군이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 아군이 위기에 몰리자 공군은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항공지원 작전을 펼쳤고 임 대위도 참가했다.
임 대위 뒤를 이어 출격했던 김영환 예비역 공군 소장은 “적진 상공에 도착했을 때 추락한 기체를 보고 주변의 적군들을 향해 기총사격을 했지만 임 대위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며 아픈 기억을 되살렸다.
이관모 예비역 공군 준장은 “우리는 출격 전 생사를 초월했고 다음을 기약하지 않았다”며 당시의 비장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이날 묘소를 찾진 않았지만 임 대위와 함께 편대를 이뤄 출격했던 임상섭(77) 예비역 공군 준장과 최성달(75) 예비역 공군 중령도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임 씨는 “적진을 공격한 뒤 임 대위가 탄 4번기의 오른쪽 날개를 땅 위에서 목격하고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임 대위의 묘소에 이어 다른 동료 조종사들의 묘역도 참배한 이들은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조종간을 잡았던 선배들의 뒤를 이어 후배 조종사들도 영공 수호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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