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럭비, 꿈을 키워요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대심통상 럭비팀. 양종구 기자
대심통상 럭비팀. 양종구 기자
심철 대심통상 사장, 갈곳없는 선수들 고용

“다른 실업팀-해외팀 진출위한 쉼터로 만족”

10여 년간 럭비를 하고도 소속 팀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선수들에게 그는 희망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였다.

대심통상㈜ 심철(43·사진) 사장. 그는 2005년부터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한 럭비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럭비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 유망주들을 데려다 ‘제2의 도약’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럭비는 국내에선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 신생팀 창단은 몇 년간 없었고 기존 3개 팀도 모기업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 해체를 고민할 정도다.

학창 시절 럭비를 잠깐 한 인연으로 럭비마니아가 된 심 사장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2005년부터 유망 선수 3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숙식을 제공하며 훈련할 기회를 줬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선수가 10명이 됐고 2006년엔 30명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7인제와 15인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심 사장은 “오는 선수 막지 않고 가는 선수 안 잡는다. 다른 실업팀이나 해외 팀으로 진출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쉼터’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다”고 말했다.

2007년 현재 대심통상 선수는 주장 임대훈을 포함해 24명. 4명이 국가대표다. 이 중 10명은 정식 직원으로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일을 하고 야간에 훈련하고 있다. 나머지 14명은 최저임금을 받고 훈련하고 있다. 1년에 들어가는 예산만 약 7억 원.

이런 노력 덕분에 10여 명이 국내외에서 새 터전을 찾았다. 특히 양영훈(나고야 혼다)과 이명근(오사카 월드) 등 2명은 일본에 진출했다. 이명근은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럭비 7인제와 15인제에서 한국이 2관왕을 차지할 당시의 주역. 홍콩에서 뛰다 2005년 초 귀국해 방황했는데 그해 말 대심통상에서 훈련할 기회를 잡았고 다시 기량을 쌓아 삼성SDI를 거쳐 올해 4월 일본에 진출했다.

한편 심 사장은 재도약을 꿈꾸다 럭비를 아예 포기한 선수들에게는 영업능력과 대인관계를 키울 수 있는 학원에 보내 사회 진출 준비를 시킨 뒤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럭비 선수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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