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볼 때마다 갖는 궁금증이다. 108개의 실밥이 있는 공이 만들어내는 그 오묘한 변화구, 둥근 공을 둥근 배트로 때려내는 기발함, 9명의 타자와 9명의 수비수가 가진 제각각의 개성….
룰은 또 얼마나 복잡한가. 이 모든 게 어우러져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복잡한 걸 싫어하는 일부 축구팬은 “운동량이 적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지만….
1939년 6월 12일은 미국 뉴욕 주의 쿠퍼스타운이라는 소도시에 ‘야구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설립된 날이다. 왜 하필 이날이었을까. 물론 사연이 있다.
1904년 미국의 스포츠용구 제조업자인 스폴딩이라는 인물의 의뢰로 야구기원조사위원회라는 게 만들어졌다. 당시 야구의 인기가 치솟던 미국에선 팬들 사이에 ‘야구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일단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에서 유래된 ‘라운더스(공과 배트, 베이스를 사용해 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가 미국으로 건너와 약간의 변형 과정을 거쳐 야구로 정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야구 선수 출신 사업가인 스폴딩은 야구가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유래됐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야구기원조사위원회는 1839년 6월 12일 쿠퍼스타운에서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이 고안해 첫 경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 학설은 미국 스포츠계에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첫 경기가 열린 100년 뒤인 1939년 쿠퍼스타운에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계기가 됐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의 추적 결과 더블데이는 1839년 당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2학년생에 불과했으며 조사위원회의 결과는 조작된 것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더블데이의 일기장에서도 야구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야구의 미국 기원설은 허구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어떻게 야구가 생겨났는지에 대해 정답을 아는 사람도 없다.
하긴 그까짓 게 무슨 대수인가. 선수들이 초록색 다이아몬드에서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될 텐데….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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