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국이는 근육이 점점 쇠퇴해 가는 ‘근이영양증’이란 희귀 근육병을 앓고 있다. 등 부위가 딱딱하게 굳었고 다리에 힘이 없어 혼자서는 설 수도 없다. 하루 25∼28km를 가야 하는 이번 종단에도 휠체어가 발 노릇을 한다.
국토 종단은 아버지 배 씨의 생각이었다. 근육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근육 위축이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병을 발견했던 게 늘 한이 됐다. 재국이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만 두 살 무렵인 1998년. 사시(斜視)를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간 수치가 높아 수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3년 동안 간 치료를 받던 재국이는 다섯 살 무렵부터 자주 넘어지고 계단을 올라가기 힘들어했다. 그때가 돼서야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치료를 시작한 뒤 상태가 나아져 재국이는 뒤늦게 동생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재국이 말고도 배 씨의 삼남매는 모두 병을 앓고 있다. 첫째 은비(13)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고 막내 예림(9)이는 얼굴 한쪽이 자라지 않는 ‘반안면왜소증’을 앓고 있다. 국토 종단을 함께 진행하는 메이크어위시재단은 배 씨 부자의 국토 종단에 앞서 4일 은비, 재국, 예림 삼남매의 집을 방문해 소원을 들어주는 ‘위시데이’ 행사를 벌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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