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국토종단하는 난치병 3남매 아빠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재국 군과 아버지 배종훈 씨가 13일부터 25일 동안의 ‘근육병 환아를 위한 희망의 국토 종단’을 앞두고 완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메이크어위시재단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재국 군과 아버지 배종훈 씨가 13일부터 25일 동안의 ‘근육병 환아를 위한 희망의 국토 종단’을 앞두고 완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메이크어위시재단
만 열한 살이지만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재국이는 아버지 배종훈(41·대전 중구 호동) 씨와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 종단에 나선다. 1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5일 동안의 행군이다.

재국이는 근육이 점점 쇠퇴해 가는 ‘근이영양증’이란 희귀 근육병을 앓고 있다. 등 부위가 딱딱하게 굳었고 다리에 힘이 없어 혼자서는 설 수도 없다. 하루 25∼28km를 가야 하는 이번 종단에도 휠체어가 발 노릇을 한다.

국토 종단은 아버지 배 씨의 생각이었다. 근육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근육 위축이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병을 발견했던 게 늘 한이 됐다. 재국이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만 두 살 무렵인 1998년. 사시(斜視)를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간 수치가 높아 수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3년 동안 간 치료를 받던 재국이는 다섯 살 무렵부터 자주 넘어지고 계단을 올라가기 힘들어했다. 그때가 돼서야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치료를 시작한 뒤 상태가 나아져 재국이는 뒤늦게 동생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재국이 말고도 배 씨의 삼남매는 모두 병을 앓고 있다. 첫째 은비(13)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고 막내 예림(9)이는 얼굴 한쪽이 자라지 않는 ‘반안면왜소증’을 앓고 있다. 국토 종단을 함께 진행하는 메이크어위시재단은 배 씨 부자의 국토 종단에 앞서 4일 은비, 재국, 예림 삼남매의 집을 방문해 소원을 들어주는 ‘위시데이’ 행사를 벌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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