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아줌마’ 하면 러시아 사람들은 푸근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폭풍우를 몰고 왔던 올가는 평범하지도, 푸근하지도 않았다.
1999년 8월 3일 제7호 태풍 올가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7월 말부터 계속 집중호우가 내려 전국이 이미 물난리를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가는 무자비하게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올가는 이날 오전 9시경 제주도 서쪽 해안을 통과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당시로선 사상최대의 피해를 안겼다.
예상보다 적은 양인 100∼300mm의 비를 뿌린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하지만 바람의 위력은 가공할 만했다. 곳곳에서 가로수가 뽑히고 유리창이 깨졌다. 대형 광고탑이 무너져 상가를 덮쳤고, 제방들이 무너졌다.
당시 올가의 최대 순간풍속은 완도에서 측정된 초속 46m. 완도와 해남(초속 36m) 청주(초속 32m)를 포함해 국내 76곳의 유인관측소 중 무려 13곳에서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한 바람을 기록했다.
올가는 4일 오전 중국 쪽으로 빠져나갔지만 남긴 피해는 극심했다. 67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2만53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약 1조1500억 원. 태풍 피해액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올가 이후 2002년 ‘루사’(246명, 5조1000억 원)와 2003년 ‘매미’(129명, 약 4조2000억 원)’ 등 한국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은 주로 8, 9월에 나타났다.
기상청이 2004년 최신형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지만 태풍의 진로와 세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기상청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로도 강수량 등 정확한 예보를 내지 못할 때 과학의 한계,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고 했다. 하긴 하늘의 뜻을 누가 알겠는가.
다만 올가가 한국을 다시 찾는 일은 없다. 2000년부터 러시아를 제외한 아시아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각자 10개씩 제출한 이름으로 태풍 이름을 정하기 때문이다. 140개를 모두 쓰면 다시 1번부터 사용된다. 올여름에는 올가처럼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는 태풍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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