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창설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올 2월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2일 만났다.
○ 1974년부터 송광사서 5년 수행
―전공은 불교학인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72년 태국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 사찰을 찾은 해인사 스님들을 만난 게 계기였다. 1974년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들어가 구산(1901∼1983) 스님의 제자가 돼 5년간 수행했다. 평생의 과제가 된 불교학의 화두(話頭)를 그때 얻었다.”
―한국 불교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나.
“첫 안거(安居·칩거수행)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럿이 함께 하루 10∼12시간씩 참선하며 깊이 있게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다른 아시아 불교에 비해 가장 고전적인 불교 스타일을 지키고 있다. 물론 그것은 한국 불교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다.
―이번 학회에서 그 한계에 대해 언급했는데….
“세속화된 태국이나 일본의 불교와 달리 한국 불교는 사회와 너무 격리돼 있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산속에 들어가 세상과 멀어진 불교가 1950, 60년대 ‘불교정화운동’에 의해 한 번 더 속세와 단절됐다. 전통적 계율을 지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중생을 계도하는 사회적 역할은 약해졌다.”
―발표 내용에 ‘만해 한용운이 강조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도 있었다.
“만해는 일본 불교의 장점을 도입해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승려의 수도를 위한 사찰’에서 ‘중생의 깨우침을 위한 사찰’로 변모시키자는 요지였다. 승려의 결혼을 제안하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현재의 한국 불교에 변화가 필요한가.
“어떤 방식이 꼭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가까이 지내는 한국 승려들에게서 최근 긍정적 변화의 기미를 느낀다.”
○ “한국학 연구 저변 빠르게 확대”
―최근 세계 학계에서 한국학의 위상은 어떤지.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제강점이 시작된 20세기 초부터 6·25전쟁까지의 격동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급변하는 요즘 세상과 비교 연구하는 데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좀 더 오래전의 한국에 대해 연구해 볼 것을 자주 권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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