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64년 국제적십자 출범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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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청년 실업가 장 앙리 뒤낭은 1859년 프랑스-사르디니아국(이탈리아 왕국의 하나) 연합군과 오스트리아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의 참상을 지켜본 뒤 ‘솔페리노의 회상’이란 책을 썼다. 그는 젊은이들의 생명을 구할 단체를 설립하고 이 단체가 전쟁터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국제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반향은 컸다. 뒤낭은 ‘국제부상자구호위원회’(일명 5인 위원회)를 조직해 1863년 10월 스위스 제네바회의에서 흰색 바탕에 붉은 십자 모양의 표장을 선정하고 10개 조문의 적십자 규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8월 22일 미국 등 16개국이 제네바에서 ‘육상전쟁 부상자 보호를 위한 최초의 제네바협약’을 채택하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공식 출범했다.

ICRC는 이후 해상전쟁 시 보호, 포로 대우, 전시의 민간인 보호 등의 협약을 채택하며 많은 전쟁 희생자를 구했고 결국엔 ‘국적, 종교, 계급, 인종 또는 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별 없이 희생자들의 생명을 구한다’며 모든 인도적 활동으로 영역을 넓혔다. ICRC는 제1, 2차 세계대전과 이후 수많은 분쟁 지역에서 다양한 구호 활동을 펼쳤다. 창시자인 뒤낭은 1901년 제1회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ICRC는 1917, 1944, 1963년 등 세 차례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적십자 운동은 크게 ICRC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주도하고 있다. 무력충돌 지역에선 ICRC, 재해재난 지역에서는 IFRC가 주도적인 활동을 펼친다. 한국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3년 제네바협약에 가입해 1905년 대한적십자사가 탄생했다.

이슬람권 33개국은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대신 무슬림을 상징하는 붉은 초승달을 사용해 ‘적신월사’로 불린다. 최근 큰 충격을 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사태 땐 아프간 적신월사가 여성 2명을 석방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기독교인인 한국인들을 위해 무슬림 적신월사가 도움을 준 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종교도 뛰어넘는다는 ICRC의 이념이 구현된 것이다.

지난해 ICRC와 IFRC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전 세계 2500여만 명. 분쟁과 재해로 고통 받는 인류에게 국제적십자는 ‘어둠을 밝히는 빛’ 역할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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