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모지’로 불려 왔던 대전, 그러나 대전문화예술의전당(예당)은 이제 전국 4대 공연장의 하나로 꼽힌다. 이렇게 된 데는 조석준(사진) 초대 관장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문화예술계 안팎의 중론.
그러나 예당 개관 직전인 2003년 취임한 그는 임기를 1년 남기고 29일 그만둔다. 그의 중도 사퇴에 대해 외부 압력설 등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그를 만나 사퇴의 배경과 4년 동안 예당 관장을 지내면서 느낀 소회, 향후 진로 등을 직접 물어보았다.
―현 박성효 시장이 조 관장에 대해 ‘전임 시장(염홍철)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우호적이었나.
“글쎄….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대전으로 올 때 염 전 시장이 몇 번씩 찾아와 맡아 달라고 했다. 주변 반대가 많았지만 ‘이런 문화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부 지역 언론과 지방 정치권에서 비판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임기를 위해 ‘로비’해 주겠다고 했지만 인사권자의 판단을 흐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문화예술인은 그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을 홀대했다는 말도 있는데….
“세계가 변하고 문화예술계도 변한다. 지역 사람, 지역 단체만 고수할 순 없다. 지역을 무시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대전시의 판단(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잘못됐다면 불복해야 하지 않나.
“나 하나만의 문제로 대전의 문화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차기 관장의 모습은….
“대전시와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 자기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 예술 행정을 알고 공연장을 운영해 본 사람이어야 한다.”
조 관장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삼일로 창고극장과 숭의음악당 등 극장계에 투신했으며 1988년부터 15년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장 운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보직을 거쳐 2003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을 맡았다.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임기는 5년으로 한다’는 계약 규정에도 불구하고 7월 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퇴임사를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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