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뭔지만 알아도 ‘즐거운 인생’

  • 입력 2007년 8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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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9월 13일 개봉)은 간단히 말해 ‘40대 아저씨들이 밴드 하는 얘기’다. 대학 친구인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수(김상호)는 같은 밴드 멤버였던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밴드를 재결성한다. 딱 예상대로 흘러가는 얘기지만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이 있고 그 돌파구가 음악이라 거기서 느껴지는 흥겨움이 있다. 거기에 죽은 친구의 아들 현준(장근석)을 밴드에 합류시켜 ‘음악을 통한 세대 간의 소통’을 말하려 한다. 이 영화의 주요 정서인 40대 감성을 대변하는 이 감독과 이제 막 스물인 배우 장근석에게 영화와 인생에 대해 물었다.》

# 영화

이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여전히 그의 무기는 ‘인간적임’이다. 장근석에겐 첫 영화다.

▽이준익=돈으로 메워야 할 것을 몸으로 메워 이번에도 경제적으로(28억 원) 찍었다. 이 노동의 근육을 봐라. 소박하고 인간적이라고? ‘오해의 폭을 좁히는 영화’를 지향한다. 오해는 무지에서 온다. 솔직하면 인간적이게 되고 오해가 풀린다. ‘왕의 남자’도 결국 왕이나 광대나 똑같다는 얘기다.

▽장근석=한 번도 제가 배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연예인이었죠. 그래서 방황도 했는데, 영화 찍으면서 선배님들의 모습이 내가 지향하는 배우의 모습인 걸 알았어요.

# 중년

영화 속 기영은 은행에서 해고당했고 성욱은 퀵서비스와 대리운전으로 아들 학원비를 번다. 혁수는 기러기 아빠다.

▽이=한국의 40대 남자들, 측은하다. 인생이 긴장의 연속이다. 물론 여자들은 말하겠지. “남자만 그래?” 맞다. 하지만 그냥 한 번 “너희 고생 많다”고 인정해 주고 격려하자는 거지. 중년들에게 ‘철들지 말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장=중년의 선배님들과 세대 차이를 걱정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이 감독은 “근석이는 애늙은이고 우리는 아이들 같아서 그렇다”고 설명해 줬다). 그렇지만 중년? 와 닿지는 않아요. 결혼도 아직 판타지 같은걸요.

# 음악

‘록은 죽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로커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다. 영화에서 40대 남자들의 비루한 일상을 구원한 것은 록이다.

▽이=록은 저항과 자유를 의미하고, 로커가 돼서 무대에 서면 마치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은 기분이다. 열광하는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고. 록은 서양음악이지만 우리 놀이문화, 특히 마당놀이와 닮았다. 그 핵심은 무대와 관객이 ‘함께한다’는 거다.

▽장=전 ‘H.O.T.’나 ‘god’ 듣고 자란 세대죠. 근데 마지막 콘서트 장면 찍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희열에 촬영이 끝나고도 무대에서 내려오지를 못했어요. ‘이 맛에 공연 끝나고 2000원짜리 국밥 먹으면서도 록을 하는구나’ 했죠.

# 꿈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살아, 애들이 다야?”(영화 속 성욱이 아내에게)

▽이=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순 없지만 현실을 개선할 수는 있다. 한국의 40대가 매진하는 대상은 오직 자녀다. 이젠 아이들을 해방시켜 줘야 할 때다. 공부로 성공하는 애는 10%도 안 된다. 난 고등학교 때 반에서 58등 했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알면 즐거운 인생이다.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선 박사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른다.

▽장=즐거운 인생? 저는 지금 행복해요. 여기에 만족하지는 않을 거지만.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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