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세계장애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일 방한한 비너스 일래건(48·사진) 세계장애인연맹(DPI) 의장은 지난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과정에서 여성 장애인 권리 조항을 추가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국 대표단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래건 의장은 “권리협약은 장애 여성 및 아동을 포함하는 모든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 보장과 비인도적 처우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 대표단의 활약 덕분에 여성 장애인 관련 조항은 ‘한국 조항’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출신인 일래건 회장은 3세 때 병을 앓은 후 두 다리가 마비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장애인 권리운동에 뛰어들어 필리핀장애인연맹 회장, DPI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장을 거쳐 2002년 최초의 여성 DPI 의장으로 선출됐다.
“6억50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의 장애인 중 상당수가 빈곤과 차별 속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배려’도 필요하지만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합니다. 장애는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차이’일 뿐입니다.”
그는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는 DPI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장애인 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꼽았다.
“한국을 포함한 102개국 정부가 장애인 권리협약에 서명했지만 국회 비준을 마친 나라는 자메이카, 크로아티아, 헝가리, 파나마 등 4개국에 불과합니다. 권리협약이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최소 20개국의 비준이 필요합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5∼8일 열리는 세계장애인대회에서는 각국의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서울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일래건 의장은 “대중교통으로 서울을 구경하고 싶은데 휠체어를 타고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