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있는 기업형 대학 만들어 이공계 인재들에게 희망줄 것”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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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인재들에게 우리가 꿈을 심어줬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4일 취임하는 제5대 포스텍(포항공대) 백성기(58·사진) 신임 총장은 3일 본보 기자와 만나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분위기는 포스텍 같은 이공계 대학이 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지 못한 탓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과 교수들이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젊은 인재들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백 총장은 이어 “과학 기술과 관련해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지만 국내 이공계 대학들은 위기를 절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국 이공계 교육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포스텍이 세계적 이공계 명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단순한 과학영재 교육에서 벗어나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활약할 수 있는 리더를 배출하는 것, 둘째는 ‘기업형 대학’을 만들어 기업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대학으로 가꾸겠다는 것이었다.

백 총장은 “인도 공과대학의 졸업생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대거 진출하는 한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사례도 많다”면서 “포스텍도 고급 기술자 양성을 넘어 국제사회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지도자형 과학기술자’ 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백 총장은 학부생에게도 지도교수 제도를 철저히 적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처럼 포스텍도 학부생에게 ‘맞춤형 지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1년 과정의 ‘전문석사’과정을 마련해 취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도 설명했다.

백 총장은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포스텍의 목표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상아탑에 안주하는 연구 활동을 벗어나 기존의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기업형 대학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포스텍의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학의 학생 선발과 관련해 “고교별 학력 편차가 현저한 만큼 ‘고교 등급제’는 허용돼야 한다”면서도 “학생들의 잠재력을 퇴보시킬 우려가 있는 본고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백 총장은 경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코넬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스텍 개교와 함께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기획처장, 부총장 등을 거쳤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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