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피겨 강국 만들기 프로젝트’ 1세대로 당시 1위에 오른 자오훙보(34)-선쉐(29)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흠 잡을 데 없는 기술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인 완성도에 심판들조차 감탄사를 연발했다. 15년간 호흡을 맞춘 이들 커플은 대회 직후 결혼과 은퇴를 한꺼번에 발표해 피겨계에 놀라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러 아이스쇼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을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만났다. 건물 지붕에 불이 나 공연이 전면 취소되기 하루 전이었다.
신혼 생활에 대해선 “이전과 달라진 건 두 사람이 함께 잠을 잔다는 사실뿐”이라는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결혼 전에도 하루 종일 연습 때문에 붙어 지내 다를 게 없다는 것. 바빠서 신혼여행도 못 가고 5월에 혼인신고만 했다고.
은퇴를 했다는데 그리 바쁠까.
두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데다 1992년부터 15년간 파트너를 해 ‘오래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연애 감정은 최근의 일이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오훙보가 심하게 다쳤는데 그 힘든 시기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면서 연인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것.
두 사람은 “부부가 된 뒤로는 로맨틱한 연기가 더 쉬워졌다”며 웃었다.
이들은 “우리가 중국의 피겨 수준을 맨 앞에서 끌어올렸듯 한국도 김연아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김연아는 매우 뛰어나고 아름다운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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