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시내에 있는 선수촌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처음 봤지만 ‘딱 내 스타일’이었다. 한국 사람인 줄 알고 뒤따라갔다 말레이시아 유니폼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자꾸 생각이 났다.
12월 1일. 같은 방 동료들이 아침을 먹자고 깨웠다. 늑장을 부리다 일어나니 아무도 없었다. 도하에 머무는 20여 일 동안 유일하게 혼자 식당에 갔다. 외진 곳을 찾아 밥을 먹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라고 또 말했다. 사흘 전 그였다.
한국 도로 사이클의 간판스타 박성백(22·서울시청)은 도하에서 금 2, 동메달 1개를 땄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을 얻었다. ‘도하의 연인’은 이 대회 마장마술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디아니 리칭니(19).
“다시 보고 싶었는데 마침 리칭니가 운명처럼 나타난 거죠.” 리칭니도 박성백의 인상이 좋았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펑펑 우는 리칭니와 이별을 하고 한국에 왔지만 국경을 넘은 사랑은 더 깊어 갔다. 전화비가 한 달에 100만 원이 넘게 나왔지만 그와 통화를 하면 힘들고 외로운 훈련도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박성백은 7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그의 부모를 만나 정식으로 교제를 허락 받았다.
리칭니는 최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더 멀어졌지만 3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에 오기로 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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