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월터 리프먼이 1922년 쓴 ‘여론(Public Opinion)’의 서두 부분이다. 뉴리퍼블릭, 뉴욕월드, 뉴욕헤럴드트리뷴 등을 거치며 정치평론가로 이름을 떨친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리프먼은 언론은 국민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고 의제를 설정하게 한다고 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쓴 ‘여론’은 언론 관련 서적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리프먼이 정치권력과 언론에 관해 보여 준 혜안은 전 세계 언론의 지침이 되고 있다. 리프먼은 언론에 맡겨지는 국민의 알 권리란 ‘국민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했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계는 일반인들이 인지할 수 없는 외적인 세계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단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 스스로가 현상을 탐색하거나, 누군가에게서 보고를 받거나, 단순히 상상하는 것.
결국 현대의 복잡하게 분화된 사회에 있어서는 외부의 정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그 누군가의 보고, 즉 언론의 보도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만일 언론이 없다면 정부의 기밀주의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거짓말과 허위를 탐지할 수 없는 아주 불편한 사회가 된다고 했다. 국민이 알 권리를 갖게 되는 이유다. 언론이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 대한민국 정부는 언론의 대정부 취재를 막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무시한 채 ‘그들만의 섬’에 갇혀 세상을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 매카시즘, 베트남전 등에 대해 미국 정부를 비판한 리프먼은 1958년과 1962년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리고 1974년 12월 14일 고향 뉴욕에서 생을 마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