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발레 유학생 1호 “한국에 오기 정말 잘했네요”

  • 입력 2007년 9월 27일 02시 59분


발레 연습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매카시 양. 안철민 기자
발레 연습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매카시 양. 안철민 기자
“코리아로 발레 배우러 가보지 않겠니?”

러시아 출신의 발레 선생님이 한국 유학을 권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발레리나가 꿈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10대 소녀 그레이스 매카시(16) 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한국이라고? 농담이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줬다. 미국 최고 권위의 USA국제발레콩쿠르 결선 장면이 담겨 있었다. 매카시 양은 비디오 속 한 소녀의 춤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완벽한 테크닉, 상체의 섬세한 움직임. “경이로웠다(amazing).” 그 동양 소녀는 권위 있는 이 발레 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수상해 한국 발레의 힘을 보여 준 박세은이었다.

요즘 매카시 양은 매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하숙집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학교에 간다. 그가 이제 ‘우리 학교’라고 말하는 곳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개교 이래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 발레 유학생인 그는 지난달 말 입학 절차를 모두 끝내고 1학년 2학기부터 정식 학생이 됐다. 매카시 양은 “미국의 선생님들이 ‘한국의 발레 교육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집중적(intensive)’이라고 했는데 와서 보니 정말 연습량이 엄청나 놀랐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시선은 넷째 손가락 끝을 향하라’는 식으로 동작 하나의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적해 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미국에선 아무도 그런 식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요. 덕분에 테크닉이 부쩍 느는 것 같아요. 워싱턴 키로프 발레학교에 간 친구들과도 가끔 연락하는데 한국을 선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의 꿈은 한예종 학생의 신분으로 해외 콩쿠르에 나가는 것. “세은이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매우 뛰어난 데 반해 해외에선 아직도 한국 발레가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저 같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학교의 이름을 걸고 해외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발레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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