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5년 9월 27일. 이날은 철도 수송 시대의 개막일이었다. 정확히 156년 뒤인 1981년 같은 날에는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가 파리∼리옹 구간에서 첫 운행에 들어갔다.
증기기관차를 만든 조지 스티븐슨(1781∼1848)은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을 축약해 쓸 수 있는 커다란 ‘선물’을 했다. 이후 인류는 수송 혁명시대를 맞는다.
스티븐슨의 진면목은 그의 성과뿐만 아니라 일과 삶에 대한 태도에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그는 19세가 되어서야 겨우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의지 하나로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영국 북부 뉴캐슬 지방의 작은 탄광촌에서 태어난 그는 광원 아버지를 둔 가난한 집 아이였다. 어린 시절 석탄더미에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온몸이 새카맣게 되도록 자갈 같은 불순물을 골라내고, 석탄을 갱 밖으로 실어내는 마차를 몰았다. 17세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증기기관을 가까이 하게 된다. 탄광에서 물을 빼내는 데 쓰이는 증기기관을 돌보는 기관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 것. 휴일이면 증기기관을 전부 분해해서 다시 조립했다. 업무에 빈틈없이 대비하면서 증기기관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증기기관을 더 알고 싶어 야학과 독학으로 문자와 수학을 익혔다.
성실하고 끈기 있는 태도는 1814년 ‘블루허’ 호로 첫 결실을 본다. 자신이 일하던 킬링워스 탄광에서 석탄을 실어 내는 마차를 대신할 무개화차(無蓋貨車)를 만든 것. 1830년에는 ‘로켓’호를 리버풀과 맨체스터 구간에서 멋지게 달리게 함으로써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후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 철도 부설 사업에도 종사하며 부와 명예를 함께 쌓는다. 그의 이야기는 비슷한 세대를 산 의사 겸 저널리스트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의 관심을 끌었다. 1857년 스마일스가 쓴 ‘철도 엔지니어, 조지 스티븐슨’은 자기계발 분야의 고전이 됐다.
스티븐슨이 만든 증기기관차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지만 그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증기’를 뿜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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