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음악회를 할 때 앙코르 곡으로 윤이상의 ‘리나의 정원’ 중에서 ‘작은 새’를 자주 연주해요. 작고 귀여운 곡인 데다 독일에서 윤 선생님의 인기가 무척 높기 때문이죠.”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0·사진) 씨의 미소는 티 없이 맑고 상큼하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는데도 한국말 표현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19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몬테카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거장 엘리아후 인발의 지휘로 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1987년 독일 뮌스터 태생으로 1994년 2월 독일 ‘청소년 음악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만점을 받으며 우승을 따낸 이래 김 씨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해 왔다. 그는 만 9세로 뮌스터 음대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2001년 독일 청소년 음악 콩쿠르 전국대회 우승, 2004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1위, 2006년 하노버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휩쓸었다.
그의 성공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독일 공교육의 혜택으로만 이뤄 낸 것이라 더욱 감동적이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아버지 김동욱 씨는 김 씨가 10대 초반인 시절 신학 박사 논문을 쓰다 뇌출혈로 쓰러져 생계에 곤란을 겪었다. 김 씨의 천재성을 아끼는 뮌스터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김 씨 가족의 독일 체류를 연장시켜 주고 교민 사회에서도 도움을 주었으며 김 씨는 빌린 바이올린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독일에서는 누구에게나 악기를 빌려 주고 대학에서도 교수의 레슨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대여섯 살 때부터 10대 청소년 시절까지 취미로 음악을 배웠던 친구들과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청소년오케스트라지만 말레이시아, 프랑스, 영국, 남미까지 연주 여행을 다녀온 걸요.”
김 씨는 현재 독일 음악장학재단으로부터 1750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바이올린 카밀리우스 카밀리를 대여받아 연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길사 김언호 사장을 비롯해 김 씨를 돕기 위한 후원회가 조직됐으며 그는 2005년 제1회 헤이리 예술상을 수상했다.
“책을 좋아해 아버지가 읽으시던 책을 다 읽었더니 한국말은 어렵지 않더군요. 아버지는 아직 몸이 불편하시지만 제가 음악 연습을 할 때면 너무도 행복해하세요. 제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만∼10만 원. 031-783-80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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