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 사는 이남철(58) 씨는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한센인이다. 그는 천형(天刑)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한센인의 삶과 소록도를 찾아 봉사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육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래서 소록도 사람들은 그를 ‘희망 전도사’라고 부른다.
전남 함평이 고향인 그는 1966년 아버지 손에 끌려 소록도에 왔다. 아버지는 ‘함께 살게 해 달라’며 매달리는 17세 소년의 손을 뿌리친 채 섬을 떠났다.
소록도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같은 처지의 부인 정월선(52) 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사진에 취미를 붙이면서 누구보다도 소록도를 사랑하게 됐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배운 것은 1992년.
국립소록도병원에 컴퓨터가 들어오자 너무나 신기해 병원 직원들을 쫓아다니며 컴퓨터를 배웠다.
“돼지를 키워 모은 200만 원으로 덜컥 컴퓨터를 샀더니 마을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쑥덕대더군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배웠죠.”
그는 손가락이 굽은 탓에 한글 자판을 익히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의 아내도 섬을 찾아온 컴퓨터 봉사단에 배워 서울에 사는 조카에게 e메일을 보낼 정도로 컴퓨터를 잘 다룬다.
그는 2003년 ‘소록도 지킴이’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sorokchurch)를 혼자서 만들었다. 23일 현재 카페 회원은 957명.
30년 넘게 소록도에서 사진을 찍어온 그가 카페에 올린 사진은 1000장이 넘는다. 사계절 섬의 모습과 2001년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연륙교 공사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다리가 세워지는 모든 과정 등 소록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시판을 통해 축제나 운동회 등 섬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를 알리고 섬을 다녀간 자원봉사자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카페는 ‘소록도 사랑방’이 됐다.
그는 “회원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인터넷이 섬을 휘감고 있던 편견과 차별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소록도와 한센인의 삶을 담은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섬을 찾는 자원봉사자나 관광객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는 “빔 프로젝트를 후원받았는데 연결해서 사용할 노트북 컴퓨터가 없어 장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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