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은 버리고 고마움만 새길게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900여 km 떨어진 꽝응아이 성 빈손군 빈호아 마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폭격으로 430명의 주민이 희생돼 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곳이다.
증산도 상생봉사단은 22일부터 빈호아 마을을 방문해 의료 봉사를 펼쳤다. 안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이 지역의 유일한 병원인 ‘빈손 종합병원’에 임시 안과 진료소를 차리고 사흘간 무료 진료를 벌였다.
한국에서 의료 봉사단이 왔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진료소로 몰렸고,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 20여 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빈손 군의 도안중 부군수는 “우리 마을엔 앞을 못 보는 환자가 특히 많은데 전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내장 수술을 받은 마우(70) 할머니 역시 전쟁 피해자. 베트남전으로 남편과 할아버지, 8명의 조카를 한꺼번에 잃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전쟁은 전쟁이고 이제 지나간 일일 뿐”이라며 “더는 앙금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오히려 의료진의 손을 붙잡고 “그동안 병원 갈 처지가 못 됐는데 이렇게 수술을 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전쟁 당시 생후 7개월이었던 니하(42) 씨는 실명 진단을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니하 씨는 “폭격 당시 눈이 감염돼 앞을 못 보게 됐다”며 “혹시나 하는 희망이 꺾여 슬프지만 그래도 원망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봉사단에 참여한 청주 밝은세상안과의 송기영 원장은 “환자들의 상태가 대부분 심각했다”며 “치료 시기가 10년 이상 늦어져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많아 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빈손종합병원 안과의사 응우옌스엉 박사는 “안과의사로 일한 지 14년이 됐지만 그동안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며 “한국의 첨단 의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손=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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