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가 않아. 어떻게 지냈니? 어쩌면 이렇게 키가 컸을까….”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86) 여사가 27일 한 아시아계 청년의 손을 꼭 잡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소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 24년 만의 만남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브렌트 핼버슨(28). 24년 전에는 ‘이길우’라는 이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에 입양되면서 미국인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와 누나 다이애나(안지숙·31) 씨는 1983년 미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레이건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
당시 한국을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두 명이 애리조나 주의 한 가족에게 함께 입양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서 치료받도록 해 주겠다”며 전용기에 이들을 태웠다.
지역신문인 벤추라카운티스타는 “당시 두 사람이 전용기를 탄 덕분에 개흉(開胸) 수술이 예정보다 1개월 앞당겨졌다”고 27일 보도했다.
1983년 당시 두 어린이의 입양 및 치료 사실은 한미 양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기념관의 전시관 한쪽에는 낸시 여사가 브렌트와 누나를 품에 안고 활짝 웃는 초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행사장에 온 브렌트 씨는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이 담긴 이 사진 앞에서 생명의 은인과 마주했다.
그는 감격에 겨워하면서 “아주 어릴 적 일이지만 그날의 일은 잊을 수 없다. 낸시 여사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