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중풍(뇌졸중)으로 오른손이 마비된 71세의 일본 피아니스트가 왼손만으로 무대에 복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1%인 일본 사회에서 노년기의 병마에 맞서 분투하는 피아니스트 다테노 이즈미(관野泉·71) 씨의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2002년 데뷔 4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갖던 다테노 씨는 갑자기 오른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왼손으로 간신히 연주를 마쳤지만 결국 뇌중풍으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오른손은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뿐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때 실의에 빠졌다.
친구들과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도 전쟁에서 부상한 친구를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느냐”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친한 작곡가들에게 ‘왼손용 피아노곡’ 작곡을 부탁하며 레퍼토리를 넓힌 다테노 씨는 쓰러진 이듬해 연주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3년 전 뇌중풍을 앓은 뒤 오른손이 마비된 71세의 한 음악팬은 “9월 다테노 씨의 연주회를 본 뒤 ‘남은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다’는 희망을 얻고 3주간의 집중 재활훈련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지난해 연주회 도중 오른손으로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해 보이기도 한 다테노 씨는 “내 손가락들은 점점 강해질 것”이라며 꺾이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1964년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뒤 핀란드와 일본을 오가며 ‘양손 피아니스트’ 시절 100여 장의 음반을 녹음하고 3000여 회의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중에는 미국의 게리 그래프먼, 리언 플라이셔(현재 회복) 등이 근육 이상 등으로 오른손을 못 쓰게 된 사례에 속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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