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암(曉庵) 이일규(사진) 전 대법원장이 2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20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3년 일본 간사이(關西)대 전문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48년 실시된 제2회 조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1951년 부산지법 통영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이후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장, 대전지방법원장, 대법원 판사 등을 거쳤다.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2년 뒤인 1988년 7월 제10대 대법원장에 임명돼 1990년 12월까지 2년 5개월간 사법부 수장 자리를 맡았다. ‘통영 대꼬챙이’라고 불리던 그는 정기승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당시 68세의 나이로 정년(70세)을 2년여 남긴 상태에서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고인은 고 우홍선 씨 등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8명이 1975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될 당시 대법원 판사였다.
당시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판사 12명 등 모두 13명의 법관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고인이 유일하게 소수(사형 반대) 의견을 냈었다.
올해 1월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우 씨 등 8명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고인은 “재심 판결을 봤다. 당시 대법원의 잘못을 인정한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익련 씨와 아들 종구(자영업) 창구(변호사)민구(강북삼성병원 치과의사) 승구(㈜삼우 상임고문) 씨, 딸 행구 경구 씨, 사위 강세민(경원여객 대표) 김유경(한일엠이씨 사장) 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6일 오전 7시, 장지는 천안시 공원묘원. 031-787-1503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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