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정 고백하며 눈물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그녀의 노래에 학생 400여 명의 눈시울이 하나 둘 촉촉이 젖었다.
가수 인순이(50·사진)가 반주도 없이 즉석에서 ‘거위의 꿈’을 부른 것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에서 열린 성탄맞이 가수 초청 특강에서다.
‘우리는 모두 꿈꾸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피부색만큼이나 남들과 달랐던 어린 시절부터 학력 위조 파문에 휩싸였던 최근에 이르기까지를 털어놓는 그의 눈에는 여러 번 눈물이 고였다.
“열두 살 무렵인가, 미국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그리고 나의 출생 배경을 이해하려고 애썼죠. 어머니와 동생을 내가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게 됐어요. 애늙은이처럼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자란 셈이죠.”
다행히 그에게는 출중한 노래 실력이 있었다. 그러나 혼혈인 인순이에게는 이것도 쉽지 않았다.
1978년 ‘희자매’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는 당시 TV에 방영될 수 없었던 고수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발과 모자, 머플러까지 총동원해야 했다.
최근 연예인 학력 위조 파문이 불어 닥쳤을 때 ‘고졸이 아닌 중졸 학력’ 이라고 고백한 바 있는 그는 처음에는 제발 나만은 비켜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전화한 기자에게 봐 달라며 부탁할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바로 ‘나’인 만큼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 긍정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두 발자국쯤 뒤에서 돌아보면 ‘남들도 다 겪는 일이구나’ 하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며 “눈물은 눈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의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성장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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