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굳어지는 희귀병인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 김진석(25) 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는 2001년 대학에 들어갔지만 언덕길이 많은 학교의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게 막막했다.
결국 충북 보은군에 사는 어머니 박미라(50) 씨가 올라와 김 씨의 손과 발이 됐다. 박 씨는 학부와 대학원 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찾아다녔다.
김 씨는 이렇게 학부 4년 동안 결석은 물론 단 한 차례의 지각도 안 하면서 지난해 2월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했다. 어머니 박 씨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김 씨는 2년 내내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김 씨는 지난달 전공을 살려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NHN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27일 박 씨는 ‘NHN 합격했어’라는 아들의 문자메시지를 받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2004년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남편과 아들을 함께 수발하며 남몰래 묻어 뒀던 아픔도 이날 감격의 눈물로 모두 씻겨 내려갔다.
김 씨는 13일 “학교를 다니며 어머니께 고생만 시켜 드렸는데 이제는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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