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손발 돼주신 어머니 은혜, 이제 갚을게요”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어머니의 도움으로 6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닌 지체장애 1급 대학원생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에서 일하게 됐다.

온몸이 굳어지는 희귀병인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 김진석(25) 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는 2001년 대학에 들어갔지만 언덕길이 많은 학교의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게 막막했다.

결국 충북 보은군에 사는 어머니 박미라(50) 씨가 올라와 김 씨의 손과 발이 됐다. 박 씨는 학부와 대학원 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찾아다녔다.

김 씨는 이렇게 학부 4년 동안 결석은 물론 단 한 차례의 지각도 안 하면서 지난해 2월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했다. 어머니 박 씨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김 씨는 2년 내내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김 씨는 지난달 전공을 살려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NHN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27일 박 씨는 ‘NHN 합격했어’라는 아들의 문자메시지를 받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2004년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남편과 아들을 함께 수발하며 남몰래 묻어 뒀던 아픔도 이날 감격의 눈물로 모두 씻겨 내려갔다.

김 씨는 13일 “학교를 다니며 어머니께 고생만 시켜 드렸는데 이제는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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