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필요한 제도지만 악용되면 오히려 폐단 많아”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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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이 결정되더라도 소신껏 일하다 물러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니까…. 부결된 것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13일 경기 하남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황식 하남시장은 하루 전 주민소환 투표 결과가 나왔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시장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주민소환 대상이 돼 지난달 16일 직무가 정지됐다. 그러나 12일 열린 주민소환 투표에서 투표자 수가 유권자의 3분의 1에 못 미쳐 소환이 부결됨에 따라 26일 만인 이날 시장직에 복귀했다.

그는 “솔직히 주변 사람들과 함께 투표율을 예상했는데 적게 나오면 23%, 많아야 27% 정도로 봤다”면서 “예상대로 가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투표자가 늘어나 많이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환을 추진한 주민들도 모두 하남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며 “앞으로 한 달, 두 달이 걸리더라도 이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소환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소환법이 모호한 청구요건 때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소환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지만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문제”라며 “이번 하남시 사례 때문에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개선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주민소환 추진의 결정적 원인이 된 광역 화장장 유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김 시장은 “내년 5월 지자체별로 화장장을 짓도록 하는 새로운 장사법(葬事法)이 시행되지만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관련 기관 및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광역 화장장을 둘러싸고 하남시는 1년 2개월간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면서 “이제는 정부와 경기도, 하남시, 시민이 모두 참여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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