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대학 새내기… 공부도 일심동체”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0분


“좀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대학생이 되니까 기분은 좋네요.”

초등학교만 졸업한 50대 부부가 검정고시를 거쳐 같은 대학에 나란히 합격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 경산시에 있는 경일대 부동산지적학과와 경영학과에 합격한 이동철(55·경북 영천시 야사동) 이연옥(53) 씨 부부.

이들은 9월 수시모집에서 이 대학에 합격해 며칠 전 등록절차를 마쳤다.

24일 부인 이 씨는 “신문에 날 일이 아닌데…”라며 겸손해 하면서도 내년 3월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데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천 출신인 이 부부는 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더 다니지 못했다. 1980년 중매로 결혼한 뒤 이들은 영천에서 신발가게를 하며 1남 1녀를 키웠다.

딸 은영(27) 씨는 경남대를 졸업하고 영천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아들 병진(24) 씨는 영남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남편 이 씨는 “결혼 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면서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까 우리도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해 1월 함께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올여름 고졸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부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한 뒤 가게로 돌아와 함께 일을 하고 다시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대학 전공은 두 사람의 평소 관심사에 따라 결정했다.

부인 이 씨는 “경영학을 공부하면 신발가게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일대 측은 이 씨 부부에게 복지장학금을 지급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계획이다.

남편 이 씨는 “아들뻘인 학생들과 대학생활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공부만큼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인 이 씨는 “혼자 공부하라면 못했을 것”이라며 “옆에서 격려해 주는 남편 덕분에 대학생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경산=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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