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달리기에서 선두로 달리던 지적발달장애인 선수가 결승점 바로 앞에서 멈췄습니다. 함께 출발한 선수들과 나란히 골인하려던 것이었죠.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27일 국민훈장의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받는 우기정(61·사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은 2005년 2월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스페셜 올림픽의 한 장면을 회상했다.
“당시 그 모습을 보면서 ‘이들을 위해 뭔가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때 감동이 지금까지 이 일을 하게 한 원동력입니다.”
스페셜 올림픽은 뇌성마비, 자폐증 등 지적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1968년부터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행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아 ‘올림픽’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대회다.
우 회장은 한국에 돌아와 국내 스페셜 올림픽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한국위원회는 1970년대 후반에 설치됐지만 이후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그는 비어 있던 한국위원회 회장을 자발적으로 맡아 같은 해 10월 국내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염원이던 전국 대회를 처음 열었다.
당시 국내 지적발달장애인 선수 700여 명을 포함해 코치, 임원 등 총 1500여 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영화 ‘말아톤’의 모델이 된 배형진 씨도 이 대회에서 달렸다.
그는 또 올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2회 스페셜 올림픽에 한국 대표 100여 명을 이끌고 참가하기도 했다.
우 회장은 골프계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으로 경북 경산시에 있는 대구컨트리클럽(CC)과 중국의 다롄CC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994년 한국에서 처음 골프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매년 대구CC에서 송암배 아마추어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이 대회는 박세리 김미현 안시현 신지애 등 세계적 선수들을 배출해 ‘한국 골프의 산실’로 불린다.
요즘 우 회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와 봉사를 위해 선택한 스페셜올림픽을 결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10월에 태평양·동아시아 10개국 120여 명이 참가하는 스페셜 올림픽 골프분과대회를 대구CC에서 열 계획이다.
우 회장은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은 지적발달장애인이건, 골프 꿈나무건 아무런 차이나 차별 없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사 활동의 근본이 ‘인문정신’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남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조선시대 효(孝)사상을 연구해 내년 2월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어 3월에는 박사과정에 입학해 한국철학을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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