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노인전문병원. 8인용 입원실의 한구석에 파란색 튜브의 산소호흡기를 코에 끼운 채 침대에 누운 제헌국회의원 김인식(95) 옹이 입을 반쯤 벌리고 고통스러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2004년 정준 제헌의원이 노환으로 별세하면서 209명의 제헌의원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김 옹은 병상에서 건국 60돌, 제헌 60돌인 2008년을 맞았다.
▶본보 2006년 7월 15일자 A7면 참조
마지막 제헌의원 김인식 옹이 본 2006 한국
김 옹은 지난해 10월 17일 지병인 심부전증과 전립샘암 등으로 병원에 입원해 석 달째 투병하고 있다.
그는 거동은커녕 침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약해졌다. 말을 내뱉으려 어렵게 입을 움직이지만 소리는 좀처럼 입 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원 전까지만 해도 매주 한두 차례씩 서울 종로구 효자동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동지회’ 사무실로 출근해 유족들과 대화하곤 했던 그였다.
김 옹은 17대 대선 개표 결과를 뒤늦게 아들에게서 전해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아들 김상길(58) 씨는 “아버지는 ‘이명박(대통령 당선인)이 날 보러 올 거야’라고 기약 없는 약속을 혼자 하고는 기다리고 있다”며 “15,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지만 이번엔 보수표의 분열을 불러올까봐 이 후보의 출마에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옹은 최근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며칠 전부터는 입맛도 잃어 복숭아 통조림이나 바나나 등으로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 물을 마실 때는 한 모금을 삼키고 나면 가래와 기침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7월 17일 열릴 예정인 제헌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60년 동안 해로해 온 부인 이옥순(86) 씨는 “지금 상태로 봐선 오래 사시지 못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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