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김연준 前한양학원 이사장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한양大설립… 음악계에도 큰 발자취

‘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가곡 ‘청산에 살리라’의 작곡자이자 한양대 설립자인 백남(白南) 김연준(사진) 전 한양학원 이사장이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14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난 김 전 이사장은 1939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공업과 농업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2년제 중등과정인 동아공과학원을 설립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1948년 국내 최초의 사립 공과대학인 한양공대를 세웠고 1959년 종합대학인 한양대로 승격된 뒤 초대 총장에 취임했다. 1960, 70년대 한양대는 공대 분야를 특화하면서 유능한 엔지니어를 대거 배출해 중동 특수 등에서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양여대와 부속 유치원, 한양초등학교, 한양대 사범대학 부속 중고교와 한양대 의료원, 한양사이버대 등 다양한 교육사업을 펼쳤고, 한양증권 백남관광 한양개발 대한출판 등의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 수완도 발휘했다.

김 전 이사장은 대한일보와 기독교신문을 창간하고 국제신문인협회(IPI) 이사, 기독교신문 발행인, 대한체육연맹 회장, 우정의 사절단 한국본부 총재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자이면서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음악부에서 현제명 교수를 사사한 뒤 ‘청산에 살리라’ ‘비가’ 등 가곡 1610곡을 작곡했고, 한국음악협회 명예 이사장과 한국작곡가협회 상임고문을 지냈다.

1979년 독일의 7개 도시에서 ‘한국 음악의 밤’ 연주회를 개최하고, 1981년에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는 등 해외에서 14차례, 국내에서 18차례 발표회를 열었다.

평생을 교육과 음악에 매진한 그는 1981년 교육공로 봉황장, 1991년 이탈리아 문화공로훈장, 1996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1998년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난해 1월 건강 악화로 한양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내가 죽으면 언론 등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떠나게 해 달라”며 검소한 장례를 당부했다고 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백경순(82) 씨와 장녀 김명서(60) 한양대 음대 교수, 장남 김종량(58) 한양대 총장, 차녀 김명희(55) 한양대 사범대 교수, 차남 김종식(51) 백남관광 부회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한양종합기술관 6층. 발인 11일 오전 9시. 02-2220-0030∼6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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