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발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참소리박물관’을 대구에도 세우고 싶어요. 그렇다면 평생 수집한 ‘에디슨축음기’ 등 수천 점의 기기를 기꺼이 전시용으로 내놓을 것입니다.”
대구 수성구립문화예술회관인 수성아트피아에서 ‘참소리 축음기-에디슨박물관’전을 열고 있는 손성목(63) 참소리박물관장은 29일 “대기업 등이 전문박물관 건립비를 부담하고 대구시가 용지를 제공하면 일정 기간 참소리박물관 측에서 운영한 뒤 시에 기부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관장은 “강원 강릉시에 있는 참소리박물관의 전시공간이 좁아 소장 중인 6000여 점 가운데 2000여 점만 상설 전시하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제2의 참소리박물관이 생기면 보관실에 있는 기기를 모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에디슨축음기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 뒤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대구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달 15일부터 3월 2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다양한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이곳에는 요즘 평일 300여 명, 주말과 휴일에는 600여 명의 관객이 찾고 있다.
대구에는 에디슨이 직접 만든 최초의 탄소필라멘트 전구와 영사기는 물론 에디슨이 발명한 기기를 당시 가전제품 회사들이 제품으로 만든 선풍기, 재봉틀, 전화기, 주식시세 표시기, 시계 등 4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1982년 문을 연 참소리박물관은 설립자인 손 관장이 40여 년간 세계 6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축음기, 라디오, 전축, TV 등 4000여 점과 에디슨이 발명한 기기를 제품화한 각종 생활용품 2000여 점 등 1800년부터 200여 년간 만들어진 기기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수성아트피아 전시장에선 축음기로 음악을 듣는 감상회도 열고, 안내직원이 전시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특히 청소년이 에디슨의 탐구정신과 창의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내가 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롭게 지내는 모습을 본 아버지가 나에게 휴대용 축음기를 하나 사주신 게 계기가 돼 음향기기 등을 모으게 됐죠. 6·25전쟁 때는 고향인 함경도 원산에서 아버지가 사주신 축음기를 등에 지고 피란을 갈 정도로 축음기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됐습니다.”
그는 “소리의 역사가 담긴 축음기를 수집하기 위해 외국을 돌아다니던 중 금품을 노린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리거나 납치를 당하는 봉변도 겪었고, 재정적인 곤경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여생을 마칠 때까지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