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저기 카메라 보고 웃자. 김∼치∼.”
30일 낮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대 행사장에 모인 8명의 한복 예찬론자들은 ‘치즈’ 대신 ‘김치’를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한국인 남편을 둔 국제결혼 이민여성들로 한국말은 더듬더듬 하지만 마음만은 이미 ‘한국인’이 다된 듯했다.
이들은 설을 맞아 한 달 동안 배화여대 통합교육지원센터와 전통의상학과가 마련한 ‘다문화가정 전통문화 체험행사’를 통해 자녀에게 입힐 한복을 손수 만들었다.
모국은 일본 중국 태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제각각이지만 어느새 서로 옷고름을 매만지며 남편 얘기에 까르르 웃는다. 영락없는 ‘한국 아줌마’들이었다.
“우리 애 돌이 3월인데 그때 입힐 한복을 만들고 싶었어요.”(와타나베 에미코·31·일본)
“저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첫 명절인 만큼 만들어 입으면 빨리 한국사람이 될 것 같았죠.”(이유 시미유·30·홍콩)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한국의 전통 옷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4월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한복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태국인 옥사운덴(35) 씨의 소감은 남달랐다.
“두 아들에게 늘 미안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만큼 한국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한복을 만든다고 하니 우리 아들이 ‘우리 엄마 짱’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거 있죠.”
행사를 기획한 배화여대 황의숙(전통의상학) 교수는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한국에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한복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31일 자녀들과 함께 ‘한복 패션쇼’를 갖는다. 이날도 ‘워킹’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것은 ‘자신감’이었다. 그동안 이방인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나도 한국인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전 일본에선 기모노를 만든 적이 없었어요. 어제 시아버지에게 아들 한복을 보여 드리니 ‘한국사람 다 됐구나’라며 ‘왜 아들 것만 만드느냐’고 하시더군요. 하하. 안 그래도 다음 추석 때는 남편, 시아버지 한복도 만들고 싶어요. 아자 아자 파이팅!”(홋다 호타미에·32·일본)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