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가위손’ 청와대 간다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휘트니스클럽 이발소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머리를 깎아 주던 50대 후반의 박종구 씨가 청와대 전속 이발사로 옮긴다.

박 씨는 휘트니스클럽 회원이던 이 당선자가 종종 들러 머리를 깎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박 씨는 “제가 여기서 오래 일했고 그분이 회원이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 별다른 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발 실력에 자부심이 높다.

“손님에게 ‘어떻게 깎아드릴까요’라고 묻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머리로 해 줄 자신이 있거든요.”

그는 “기술에 자신이 있다면 대통령 앞이라고 떨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 이발사를 소재로 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도심의 특급호텔에서 이발사로 일한 박 씨는 정치인과 재벌 등 많은 유명인사의 ‘머리’를 책임져 왔다.

박 씨는 “연예인은 별로 안 오지만 재벌이나 정치인은 많이 찾아온다”며 “이건희 회장은 전담 이발사가 있는 것 같지만 작고한 정주영 회장 머리는 직접 깎아봤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머리를 깎으면서 일 얘기는 잘 하지 않고 사회 돌아가는 얘기나 신문에 나온 재미있는 얘기를 주로 했다”며 “정 회장은 가끔 사업 얘기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지킨 자리를 떠나 24일 청와대로 들어가는 그는 “별일도 아닌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공연히 (당선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사진 촬영을 끝내 사양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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