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41) 씨는 이처럼 무겁고 강한 이미지의 포스코에서 39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공장장이 됐다.
‘철(鐵)의 여인’이란 별명처럼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섬세하게 광양제철소 1도금공장을 이끌고 있다.
광양제철소 공장장 31명 중 유일한 여성. 남성 직원 81명의 절반가량이 그보다 나이가 많다. 정년을 앞둔 55세의 고참 직원도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먼저 인사하고 공정 개선이나 품질관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이제는 무척 편한 사이가 됐어요.”
오 공장장은 “직원 결혼기념일에 케이크를 보내 주고 부인 생일 때 와인을 선물하는 등 가족을 챙겼더니 다들 좋아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포스코 여성 공채 1기로 1990년 입사한 뒤 품질관리부, 생산기술부, 자동차강판 생산판매파트에서 현장 감각을 익혔다.
광양제철소에는 자동차강판 및 가전제품에 사용하는 강판에 아연을 도금(鍍金)하는 공장이 4곳 있다. 그는 1공장을 맡고 있다.
아연 도금제품은 철판의 부식을 지연시켜 수명을 연장시키는 장점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 도금 과정은 강판 제조 공정의 꽃으로 불린다. 하루 2700t의 강판이 1공장에서 아연으로 곱게 ‘화장(化粧)’을 한다.
“현장 공장장은 설비에 대한 지식과 함께 직원을 능력에 따라 적소에 배치하는 등 리더십을 갖춰야 함을 느꼈습니다.”
오 공장장은 회사 내에서도 알아주는 노력파다. 직장을 다니며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순천대 대학원에서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해 석사학위가 2개다.
또 포스코가 추진하는 기업경영혁신운동 ‘6시그마’ 활동에 적극 참여해 2005년 여성 최초로 마스터블랙벨트(MBB)를 받았다. 직원 1만7000여 명 가운데 136명만이 가진 타이틀이다.
오 공장장은 “강철은 섭씨 1500도가 넘는 용광로와 얼음보다 차가운 물을 넘나들며 수십만 번의 망치질을 견뎌야 탄생한다”며 “포스코 비전인 ‘새로운 성공신화 창조’의 주역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지난해 2월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얘기를 꺼냈다.
당시 오 공장장은 박 전 대표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시설을 안내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휴대용 손거울을 선물로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어요. 지금도 가지고 다니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포스코 역사상 첫 여성 공장장이 탄생한 만큼 앞으로 또 다른 제1호, 1등을 만드시기 바란다’고 격려해줘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 공장장은 여성 후배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품질 관리와 마케팅 등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귀띔했다.
광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