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기부도 규제 받아야 하다니…”

  • 입력 2008년 4월 15일 03시 01분


지난해 1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대전시민의 숲’을 만들어 기부하겠다고 밝힌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이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해 1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대전시민의 숲’을 만들어 기부하겠다고 밝힌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이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대전 시민의 숲’ 기증 약속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행정기관 이기주의로 진척 더뎌… 기부철회 하고싶은 심정”

“행정기관의 이기주의, 경직된 일처리, 실적주의…. 요즘 같다면 차라리 기부를 철회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난해 4월 1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대전시민의 숲’을 만들고 시민에게 기부하겠다던 계룡건설㈜ 이인구(78) 명예회장이 행정기관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그는 전국 도급 순위 19위를 기록한 계룡건설 창업자. 계룡장학재단(출연 규모 64억 원)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광개토대왕비 복제비 건립, 김좌진 장군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벌여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희수(喜壽·77세)를 맞아 사재 100억 원을 들여 대전 유성구 유성구청 앞 갑천변 삼각주 5만4000m²에 ‘시민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당선된 시장이 나무심기 운동을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시민에게 명품 숲을 선사하고 싶은 생각에서 흔쾌히 결정했습니다.”

숲 조성 사업은 곳곳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먼저 대전시가 확보하려던 용지는 국토해양부 소유여서 무상 양여를 받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간신히 착공했지만 이번에는 예정지 안에 있는 유성구청 소유의 땅(9000여m²)이 문제였다.

유성구청이 평생학습원 예정지라는 이유로 대체용지 확보와 건축비 지원을 대전시에 요구하면서 공사가 다시 늦어졌다. 내년 7월 완공이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이 대전시와 유성구청의 ‘핑퐁게임’을 참지 못해 기부 철회 의사를 밝히자 협상이 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는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기부자의 뜻을 반영하도록 주변의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6년 모교인 충남대 정문 근처에 제4학생회관 건립비로 50억 원을 기부하려다가 대학이 교수회관과 총장 관저를 짓겠다고 밝혀오자 철회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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