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 핵심은 자료의 해석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9분


경영정보학(MIS)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살바토레 마치 미국 밴더빌트대 석좌교수는 박진수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각 기업이 자신만의 고유한 성공 요인에 맞춰 정보시스템을 활용해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경영정보학(MIS)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살바토레 마치 미국 밴더빌트대 석좌교수는 박진수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각 기업이 자신만의 고유한 성공 요인에 맞춰 정보시스템을 활용해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살바토레 마치 교수와 박진수 교수(왼쪽).
살바토레 마치 교수와 박진수 교수(왼쪽).
MIS 분야 세계적 권위 美 코넬대 살바토레 마치 교수

석학 대담 서울대 MBA 스쿨-동아일보 공동기획

“자신만의 ‘결정적 성공요인’에 맞춰 다양한 정보 취합 정리해야

회사규모에 맞는 IT시스템 중요… ‘비즈니스 모델’부터 파악을”

《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3월부터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 21명과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영정보학(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살바토레 마치 미국 밴더빌트대 석좌교수와 서울대 박진수(MIS 전공) 교수가 대담을 했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학 분야별로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낸 외국인 교수 21명을 7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초청합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석학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이론, 통찰 등을 소개합니다. 서울대 MBA스쿨 및 동아일보와 함께 천재 경영이론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박진수 교수 경영정보학(MIS)이 일반화됐지만 아직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기업에 MIS가 왜 중요한가.

▶살바토레 마치 교수 MIS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학문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과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 속에서 IT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MIS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MIS의 핵심은 비즈니스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도록 기술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방대한 자료로부터 정확한 경영 정보를 추출해 어떤 사람을 고용하고, 어떤 상품을 팔며, 어떤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 현대 기업이 과학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MIS는 반드시 필요하다.

운송업체 UPS의 기업 문화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MIS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 UPS는 ‘몇 대의 컴퓨터가 있는 트럭 회사(trucking company with some computers)’였으나 지금은 ‘트럭을 가진 기술회사(technology company with some trucks)’다. 정보기술로 기업이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박 많은 사람이 MIS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 중 하나는 ‘자료가 모든 것(data is everything)’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마치 자료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MIS는 과학의 한 분야지만 경영학에서 MIS는 자료 자체보다 ‘해석(interpretation)’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같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사람마다 혹은 기업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력 역시 다르다. 심지어 같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이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독하는 기업이 있고 그러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흔한 일이다.

MIS와 컴퓨터 사이언스 모두 기술에 의존하고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MIS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해석이 차지하는 영역이 굉장히 크다. 이것이 바로 MIS와 컴퓨터 사이언스의 차이를 구분해주는 결정적 잣대라고 생각한다.

▷박 어떻게 해야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나.

▶마치 모든 기업은 각기 자신만의 결정적 성공 요인(critical success factor)을 갖고 있다. 우수한 기업은 자신의 결정적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와 정보를 어떻게 취합하고 재단하고 측정할지 잘 알고 있다.

월마트를 보자. 월마트의 성공 요인은 고객 만족이 아니라 낮은 가격이다. 따라서 낮은 가격을 실현하는 데 IT 시스템이 도움을 줘야 한다. 창고 안에 어떤 식으로 제품을 진열하고, 어떤 땅을 매입하고, 어떤 물품을 구입해야 가장 낮은 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다. 월마트에 어떤 계층의 사람이 어떤 상품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인구학적 고객 분석이나 고객 만족도는 성공을 보장해주는 결정적 정보가 아니다. 정반대쪽에는 아마존이 존재한다. 아마존은 회사의 모든 보유 자원을 고객 만족, 고객 커뮤니티 구성, 고객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맞추고 있다.

IT 시스템은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맞아야 하며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 저가격을 추구하는 기업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일단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이어서 그 다음 다양한 정보를 모델에 맞춰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과 그 기업의 목표를 잘 조화시켜야 한다. MIS를 잘 이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박 MIS를 기존 사업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좋은 지적이다. 허시초콜릿의 사례를 보자. 허시는 대형화 정보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추진했는데 준비 작업이 충분치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을 도입하는 3개월 동안 고객 주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재고 파악도, 생산과 출하도 제대로 안되고 회사가 완전 엉망 상태였다. 3개월 동안 기업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물론 시스템 도입 후 허시의 경영 효율성은 매우 높아졌다. 결과는 좋았지만 허시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다른 데 있다.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앞서 이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시스템 교환 기간에 어떤 ‘백업 플랜(back-up plan)’을 갖고 있는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준비는 잘돼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규모에 걸맞은 IT 시스템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많은 IT 체계를 가진 기업이 많은데 이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다. 한 학술지에 실린 한국의 모 정유업체 사례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4년 전 이 기업은 회사 내에 무려 140가지의 정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 기업은 이렇게 많은 수의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는 글로벌 사업을 위한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경영진은 IT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주력했고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른 기업에 좋은 시사점을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살바토레 마치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s Research)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IS 전공으로 유명한 미네소타대를 거쳐 2000년부터 밴더빌트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박진수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MIS와 경영학으로 각각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애리조나대에서 MIS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네소타대와 고려대를 거쳐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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