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총과 대포를 호미와 삽으로 바꾸는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는 우리 민족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시작한 당사자인 남북 당국 관계가 갈수록 경직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건강 기능성 신발 전문 업체인 삼덕통상 문창섭(58·사진) 사장이 21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협의회 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남북 당국에 읍소(泣訴)를 겸한 ‘쓴소리’를 던졌다. 대화를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줄여 ‘기업 하기 좋은 개성’을 만들어 달라는 것.
문 사장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대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정치 논리 때문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며 “우리 기업과 북한 근로자들을 총성 없는 경제 전쟁터에 병사로 출전시켜 놓고 당국이 경쟁적으로 발목을 잡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의 기업 활동은 전혀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3월 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한국 당국자 11명이 철수한 뒤 마치 개성공단 전체가 위기인 것처럼 오해가 확산돼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을 구입하는 국내외 바이어들과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공단에 입주할 예정인 기업들이 사업 착수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것.
문 사장은 “(남북 당국이) 공단개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는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 해결이 한꺼번에 이뤄지기 힘들다면 우선 기업인들이 필요한 날, 필요한 시간에 공단을 오갈 수 있도록 통행 문제만이라도 먼저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공동취재단
개성=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