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악인 오은선(42·블랙야크) 씨의 행보가 거침없다. 오 씨는 지난달 13일 히말라야 마칼루(해발 8463m)를 등정한 지 열흘 만에 로체(8516m)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오 씨는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중 7좌를 올랐다. 여성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최다이다.
6일 귀국한 오 씨는 오자마자 벌써 다음 원정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20일쯤 또 8000m급 고봉 등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변에선 걱정이 많다. 강행군도 강행군이지만 오 씨가 요즘 무산소에 단독 등반을 즐겨 하기 때문이다. 8000m 이상 산을 오를 때 무산소 등반은 남자들도 별로 시도하지 않는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
1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집 근처에서 만난 오 씨는 건강해 보였다.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을 뿐 피부는 별로 그을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고산 등반이라는 게 도전인데 안전에 비중을 둔다면 그게 모험인가요. 저는 제 한계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단독 등반을 자주 하는 이유도 간단명료했다. 잔신경을 써야 할 것도 없고 모든 걸 혼자 결정하니까 기동성이 있다는 장점 때문이란다.
오 씨는 아직 미혼이다. “언제쯤 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냐”고 돌려 물었더니 “그게 미지수예요”라며 웃었다. “제 세대에선 여자들이 결혼하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가 사실 힘들었어요. 그래서 산만 쫓아 다녔죠. 앞으로 한 3년이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글쎄요,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겠죠. 하하.”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