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조무공(59) 씨의 직업은 ‘무료 도배꾼’이다.
1997년부터 12년째 자원 봉사자 및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와 함께 영도구 일대 저소득층, 혼자 사는 노인, 경로당에서 장판과 벽지를 무료로 바꿔 준다. 그의 손을 거쳐 새 단장을 한 곳이 1만여 채가 넘는다.
해양소년단 지도자 과정을 마친 그를 법무부가 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하고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위탁교육을 부탁하면서 도배 봉사를 시작했다.
마약, 사기, 조직폭력배, 단순 폭행, 교통사범 등 그와 함께 도배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처음엔 거리 청소, 체육경기대회 지원, 이순신 장군 동상 청소를 했다. 소외 계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도배 봉사를 떠올렸다.
“조폭들은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열심이더라고요.”
장판과 도배지 구입비가 많이 들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선행이 소문 나 LG화학, 대동벽지, 한진중공업, 라이온스클럽 등 기업과 단체가 벽지와 장판을 후원한다.
또 조 씨와 함께 지냈던 사회봉사명령 수료자들이 2002년부터 ‘한마음회’와 ‘한결회’라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도움을 준다.
부산 시내 노인건강센터, 치매 노인 시설을 찾아가 김치 담그기, 간병 봉사 등을 한다.
조 씨는 “왜 바보 같은 짓을 10년 넘게 하느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봉사에 중독된 기분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