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난 수집 15년
원종 1600종 농장서 보유
20∼30종 속간교잡 시도
“아버지가 난을 좋아했지 저는 처음에는 별로였어요. 돈벌이도 안 되고 농사짓는 것도 싫어했거든요. 요즘은 난을 많이 좋아하게 됐지만 더 좋아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자식한테 농장을 물려줘도 미안하지 않아야 난을 정말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이원난농장 대표 이청(40) 씨는 1대 농장주이자 아버지인 이중길(68) 씨의 뒤를 이어 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해마다 외국의 박람회나 정글 지대의 난 자생지를 찾아 새롭거나 순수한 품종을 들여온 지도 15년. 이제는 종종 국제 전시회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받고 있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순수 혈통의 종자를 뜻하는 원종 수집. 난 원종은 세계에 총 800속(屬), 3만여 종(種)이 있으며 이원난농장에는 이 중 1600여 종이 있다.
원종은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다. 하지만 독특한 무늬나 화려한 색을 가진 원예종이나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특히 ‘속간교잡’처럼 속이 다른 두 종의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원종을 만드는 ‘육종’을 하려면 특징이 단순한 원종이 꼭 필요하다.
“난 육종은 태국 대만 일본이 선두를 다투고 있습니다. 제가 육종을 하겠다고 하니 대만의 육종 전문가 친구가 ‘돈과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 육종’이라며 만류하더군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세계 난 시장에 뛰어들려면 한국에서 만든 한국형 난이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요즘 20∼30종의 난을 속간교잡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예쁜 꽃이 피었다고 바로 새로운 원종이 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종이 순수 혈통인지 확인하려면 여러 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7∼8년 걸린다.
이 대표가 교잡을 시도하려는 품종은 인기 있는 서양란 ‘호접란’과 남북한의 80∼90여 종이다. 특히 제주 ‘한란’과 남쪽 지방 섬에 자생하는 ‘풍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난은 꽃이 하얗고 꽃잎에 무늬가 있으며 향이 좋아 그 자체로도 1억 원 이상을 호가하곤 한다. 이 대표는 호접란과 한란, 풍란을 교잡하면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답답한 일은 대학 연구소나 원예시험장에서 공짜로 원종을 요청할 때입니다. 외국은 원종을 개발한 사람에게 특허권 같은 라이선스를 부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개념이 없어요.”
이 대표는 다른 목표가 2개 더 있다. 하나는 농장에 있는 1600여 난 원종의 사진과 특징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리된 내용은 일반인도 인터넷(www.leewonnan.com)에서 볼 수 있다. 또 다른 꿈은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난 식물원 못지않은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다.
“식물원을 만들어 난 원종을 관리하는 일은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외국이 자국의 동식물을 함부로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원종이 중요한 재산이라는 인식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국내의 원종을 지키고 이를 이용해 새 품종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포=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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