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에 펼친 ‘仁術 코리아’

  • 입력 2008년 7월 1일 02시 58분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가운데) 교수팀이 지난달 24일 타슈켄트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 가슴기형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타슈켄트=강혜승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가운데) 교수팀이 지난달 24일 타슈켄트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 가슴기형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타슈켄트=강혜승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타슈켄트서 얼굴기형 등 수술 120건 의료봉사

“띠띠띠띠….” 지난달 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중심가에 위치한 국립응급의료센터.

수술실 한편의 모니터가 붉은빛을 깜박이며 요란하게 울렸다.

‘140 150 160…’ 심박수가 치솟았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팀의 손길이 다급해졌다.

수술대 위의 환자는 가슴뼈가 안쪽으로 푹 꺼진 우즈베키스탄 소년.

가슴 양쪽에 구멍을 뚫고 금속 막대(bar)를 넣어 갈비뼈를 들어 올리는 수술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워낙 기형인 탓에 가슴을 열고 갈비뼈 일부를 잘라내는 대수술로 이어졌다.

이날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이 KT&G 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간 타슈켄트에서 실시한 의료봉사의 일환이다.

흉부외과를 비롯해 안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40여 명의 의료진이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탈장, 담석, 얼굴기형, 가슴기형, 백내장 등 120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성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는 특히 기형 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상태가 심각하다. 하지만 현지 의료기술이 낙후돼 있어 환자들이 체념한 채 살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병원 문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도 부지기수다.

성형외과 민경원 교수는 “화상을 입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손가락을 쓰지 못하게 된 경우도 많고 구순구개열(언청이) 등 선천성 기형을 수년간 방치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7세인 아들의 언청이 수술로 큰 짐을 덜게 됐다는 노로바 굴미라(40·여) 씨. 그녀는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60만 숨(약 50만 원)이 든다. 다섯 달 치 수입을 꼬박 모아야 하는 큰돈이라 그동안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이번 봉사에서는 특히 우즈베키스탄 국립응급의료센터와 ‘기생충공동연구협약’을 맺어 의미를 더했다.

타슈켄트=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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