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띠띠띠….” 지난달 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중심가에 위치한 국립응급의료센터.
수술실 한편의 모니터가 붉은빛을 깜박이며 요란하게 울렸다.
‘140 150 160…’ 심박수가 치솟았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팀의 손길이 다급해졌다.
수술대 위의 환자는 가슴뼈가 안쪽으로 푹 꺼진 우즈베키스탄 소년.
가슴 양쪽에 구멍을 뚫고 금속 막대(bar)를 넣어 갈비뼈를 들어 올리는 수술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워낙 기형인 탓에 가슴을 열고 갈비뼈 일부를 잘라내는 대수술로 이어졌다.
이날 수술은 분당서울대병원이 KT&G 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간 타슈켄트에서 실시한 의료봉사의 일환이다.
흉부외과를 비롯해 안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40여 명의 의료진이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탈장, 담석, 얼굴기형, 가슴기형, 백내장 등 120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성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는 특히 기형 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상태가 심각하다. 하지만 현지 의료기술이 낙후돼 있어 환자들이 체념한 채 살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병원 문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도 부지기수다.
성형외과 민경원 교수는 “화상을 입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손가락을 쓰지 못하게 된 경우도 많고 구순구개열(언청이) 등 선천성 기형을 수년간 방치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7세인 아들의 언청이 수술로 큰 짐을 덜게 됐다는 노로바 굴미라(40·여) 씨. 그녀는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60만 숨(약 50만 원)이 든다. 다섯 달 치 수입을 꼬박 모아야 하는 큰돈이라 그동안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이번 봉사에서는 특히 우즈베키스탄 국립응급의료센터와 ‘기생충공동연구협약’을 맺어 의미를 더했다.
타슈켄트=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