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부왕’들 “기부 늘리려면 규제 풀고 稅 혜택을”

  • 입력 2008년 7월 17일 03시 00분


김도연 교과장관 “활성화 위해 세액공제 적용 추진 중”

“대학에 기부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부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죠.”

15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는 최근 대학에 많은 기부를 해 화제를 모은 5명의 인사가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김도연(사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학 기부 문화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초청한 인사들로 대학에 수억 원에서 100억 원대의 돈을 낸 ‘기부왕(王)’이란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에 100억 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한 이용희(70·개인사업) 씨는 유일하게 기부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기부를 결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디에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학교들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108억 원을 기부한 정석규(79·신양문화재단이사장) 씨는 ‘기부는 영원한 투자’라는 신념으로 기부를 생활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씨는 “기부 문화를 촉진시키려면 세법상 혜택도 늘려주고 감독 기관의 까다로운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에 31억 원을 기부한 유광사(67·산부인과 병원장) 씨, 이화여대에 3억 원을 기부한 김순영(69·이화여대 총동창회장) 씨, 이화여대에 2억여 원을 기부한 최명숙(74·모나미 대표 부인) 씨도 “사회 지도층부터 기부에 앞장서야 기부 문화가 정착된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예전에 기부하고 나면 다른 데서 돈을 달라는 요구가 많고, ‘정치하려고 하느냐”고 뒷말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시달렸다”면서 “기부를 순수하게 보고 기부자를 예우하는 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치자금처럼 대학 기부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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