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요
‘잔 모양 토기’(기원전 4000년)에는 뿔을 과장되게 묘사한 염소가 등장하고 몸 전체에 붉은색 염료를 칠한 주전자(기원전 1200년∼기원전 1000년·사진)도 흑소나 수사슴 모양이에요.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뿔입니다. 페르시아인들은 뿔에 주술적 힘이 깃들었다고 믿어 뿔을 지닌 소, 사슴, 양을 신성시했습니다. 숭배의 뜻으로 이 동물들을 본뜬 그릇과 잔을 많이 만들었죠. 페르시아 유물에 유독 뿔 모양 잔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사자 장식 잔’(기원전 1300년∼기원전 1200년·사진)처럼 사자를 형상화한 페르시아 유물이 많습니다. ‘페르시아-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생각의 나무)을 쓴 아나 반잔 이탈리아 밀라노 일륨대 교수에 따르면 사자는 악한 적을 쓰러뜨리는 용맹한 통치자와 동일시됐습니다. 또 페르시아의 신화에는 시모르그라는 신성한 새가 등장해요. ‘새 무늬 은병’(기원전 700년∼기원전 600년)의 새가 시모르그죠. 날개 달린 사자는 용맹한 통치자에게 신성함을 부여한 셈이에요.
‘날개 달린 사자 장식 황금 뿔잔’(기원전 500년∼기원전 400년) 아래에도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신이나 왕에 대한 의례 때 술이나 음료를 뿔잔에 부어 아래쪽에 난 구멍으로 흘러내리면 피알레(phiale·사진)라고 부르는 그릇에 받아 마셨죠. 전시작 중 아케메네스 왕조의 왕 크세르크세스 1세 이름을 새긴 황금 그릇이 바로 피알레입니다. 페르시아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뿔의 영혼이 음료에 스며든다고 믿었답니다.
소아시아의 리디아와 지금 아프가니스탄 인근의 박트리아는 고대 세계의 노다지였습니다. 아케메네스 왕조는 동쪽의 박트리아와 서쪽의 리디아를 동시에 지배했고 엄청난 황금이 수도 페르세폴리스로 흘러들어왔어요. 경복궁 근정전에 해당하는 아파다나 옆에 황금을 쌓은 보관 창고를 따로 둘 정도였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를 함락한 뒤 빼앗은 황금을 낙타 2만 마리, 마소 3만 마리에 싣고 갈 정도였다니 어마어마하죠.
아후라 마즈다는 페르시아의 대표 종교 조로아스터교의 최고 신이에요. 조로아스터교는 선과 빛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악과 어둠의 신 아리만의 대결로 세상을 봤습니다.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우며 선과 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시한 셈이죠. 아후라 마즈다의 양쪽에는 날개가, 아래에는 꼬리가 달려 있습니다. 기독교의 천사 형상은 사실 아후라 마즈다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페르시아 인장(사진)은 우리 도장과 달리 인장 옆면에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어요. 사람들은 멀리 화물이나 서신을 보낼 때 포장 끈을 묶은 매듭 위에 점토 덩어리를 붙였답니다. 그러고는 인장을 눕혀 한 바퀴 굴리면 소유자를 표시하는 특유의 무늬가 점토 위에 남았죠. 이렇게 마른 점토로 봉인된 편지는 점토를 깨지 않고는 열어볼 수 없었어요. 인장 무늬는 연회, 동물이 싸우는 모습, 왕이 동물을 잡는 장면 등 다채롭답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에 함께 전시 중인 보물 635호 신라 장식보검(5∼6세기·오른쪽 사진)은 삼국시대 전형적 검과 형태가 달라요. 칼코등이(손자루와 칼날의 경계 부분)가 특이하죠. 양쪽이 아니라 오른쪽만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어요. 페르세폴리스 출토 ‘아키나케스(단검)를 조공하는 메디아인 부조’(아케메네스 왕조·왼쪽 사진)를 봅시다. 칼코등이가 오른쪽만 뭉툭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장식보검을 꼭 닮았습니다. 페르시아의 아키나케스가 신라에 영향을 미친 셈이죠.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전시는 8월 31일까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요일, 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도슨트 설명회’가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 10분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박물관 교육관에서 20∼40분간 진행된다.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은지(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