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0만명 심금 울린 美포시 교수 타계

  • 입력 2008년 7월 28일 03시 01분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강조한 ‘마지막 강의’로 세계 곳곳의 청중과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 고 랜디 포시 교수의 가족사진. 포시 교수 부부가 아이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강조한 ‘마지막 강의’로 세계 곳곳의 청중과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 고 랜디 포시 교수의 가족사진. 포시 교수 부부가 아이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카네기멜런대 랜디 포시 교수가 지난해 가을 ‘마지막 강의’란 제목의 강의를 준비할 때의 마음은 ‘유리병 속의 편지를 쓰는 심정’이었다.

당시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아직 어린 세 자녀가 해변으로 밀려온 유리병 속에서 편지를 발견하듯 훗날 이 강의의 동영상을 보며 아버지가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되길 바랐던 것이다.

어린 세 청중을 상대로 준비한 그의 강의는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가 전 세계인에게 희망과 사랑,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1000만 명 이상의 가슴을 적신 ‘마지막 강의’ 신드롬의 주인공인 포시 교수가 25일 버지니아 주 자택에서 4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투병 중이던 그는 지난해 9월 18일 대학 연례 강연회의 연사로 강단에 섰다. 고별 강연을 듣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친구와 친척 등 400여 명 앞에 선 그의 표정은 활기에 넘쳤고 시종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다.

“내가 (시한부 환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침울해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면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한 그는 죽음 대신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무중력 상태에 있어 보기,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서 뛰어 보기, 세계백과사전에 글쓰기….”

그는 자신의 삶은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했다. 동영상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후 ABC방송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계 풋볼 스타인 하인스 워드와 캐치볼을 하며 잠시 NFL 구장에서 뛰어볼 수 있었다.

포시 교수는 꿈을 성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벽돌 담장’이라고 표현했다.

“벽돌 담장은 우리의 꿈을 좌절시키기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담장은 우리가 그 꿈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진 그는 “평생 가장 올라가기 어려웠던 담장은 37세 때 한 강연회에서 만난 아리따운 대학원생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제이 글래스고라는 이름의 그 여학생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번번이 딱지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5일 그의 마지막 순간은 부인 글래스고 씨와 6세, 3세, 2세의 세 자녀가 함께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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