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아직 어린 세 자녀가 해변으로 밀려온 유리병 속에서 편지를 발견하듯 훗날 이 강의의 동영상을 보며 아버지가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되길 바랐던 것이다.
어린 세 청중을 상대로 준비한 그의 강의는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가 전 세계인에게 희망과 사랑,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1000만 명 이상의 가슴을 적신 ‘마지막 강의’ 신드롬의 주인공인 포시 교수가 25일 버지니아 주 자택에서 4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투병 중이던 그는 지난해 9월 18일 대학 연례 강연회의 연사로 강단에 섰다. 고별 강연을 듣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친구와 친척 등 400여 명 앞에 선 그의 표정은 활기에 넘쳤고 시종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다.
“내가 (시한부 환자에게) 어울리지 않게 침울해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면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한 그는 죽음 대신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무중력 상태에 있어 보기,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서 뛰어 보기, 세계백과사전에 글쓰기….”
그는 자신의 삶은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회상했다. 동영상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후 ABC방송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계 풋볼 스타인 하인스 워드와 캐치볼을 하며 잠시 NFL 구장에서 뛰어볼 수 있었다.
포시 교수는 꿈을 성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벽돌 담장’이라고 표현했다.
“벽돌 담장은 우리의 꿈을 좌절시키기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담장은 우리가 그 꿈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진 그는 “평생 가장 올라가기 어려웠던 담장은 37세 때 한 강연회에서 만난 아리따운 대학원생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제이 글래스고라는 이름의 그 여학생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번번이 딱지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5일 그의 마지막 순간은 부인 글래스고 씨와 6세, 3세, 2세의 세 자녀가 함께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